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톨비밀레] 편지

Dream/Mabinogi

by 네펠레모레트 2015. 10. 24. 22:07

본문

#마비노기_전력60분

편지




 

 선지자들을 막지 못했지만 이후의 일은 놀라울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밀레시안은 밀레시안 나름대로의 일상을 영위했고, 기사단이야 그 바탕엔 더 엄중해진 경계와 살벌한 기세가 감돌았지만 그래도 평화로웠다. 제바흐와 선지자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제대로 엉망진창이 되었던 아발론 게이트를 수리하는 일에 기사들까지 동원된다거나 하는 소란스러움이 있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전부 끝나기도 했고.

 

 덕분에 한참 바쁠 때 나가서, 다른 기사들이 아발론 게이트의 복구 작업에 동원되어 있는 동안 밀려있던 수상한 소문의 탐색을 한번에 처리하고 돌아온 톨비쉬는 이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해진 아발론 게이트에 입성하며 안도와 함께 대단함, 때아닌 아쉬움의 한 자락을 느꼈다. 그래도 저 드넓고 평평해진 광장의 한 가운데에 저만이 보일 그의 환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게이트 입구 근처에 서 있던 슈안에게 말을 맡기고, 위장을 위해 걸치고 있던 로브를 벗어 한 손에 든 톨비쉬가 천천히 광장을 가로질렀다. 오셨습니까! 일하던 사람들의 인사에 짧게나마 대답해준 톨비쉬가 굳건히 닫힌 게이트 앞에 서 있던 두 아르후안 조의 앞에 섰다. 약간의 휴식시간을 빼고 이 곳에 서있던 둘도 간만에 보는 얼굴은 반가웠던 모양이다.

 

 톨비쉬님!”

 오랜만입니다, 알터. 아벨린.”

 !!”

 바깥엔 다른 소식은 없었나요?”

 아쉽게도. 선지자들이 모두 넘어간 이후 신도들만 어디선가 하나 둘 나타날 뿐이지 이렇다할 수확은 없는 상황이네.”

 

 하얀 로브를 갈무리하고 이것저것 근황과 새로운 소식 등을 나누고 있던 톨비쉬와 아벨린 옆에서, 알터가 손뼉을 마주한다. , 그러고보니. 품 안을 뒤적인 알터가 곧 큰 갑주 안에서 작은 편지 하나를 꺼냈다. 무슨 일을 하나 싶어 조용히 바라보던 두 조장의 시선이 편지에 박힌다.

 

 톨비쉬가 잠깐 아벨린을 본다. 아벨린은 이미 그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듯, 평소라면 알터에게 한 마디 했을텐데 그런 기미는 없고 가볍게 톨비쉬에게 눈짓했다. 펼쳐보라는 뜻이겠지. 조용히 알터에게서 편지를 받아든 톨비쉬가 그것을 펼쳤다.

 

 어딘가 낡은 편지는 흔하게 잡화점에서 쉽게 취급하는 그 편지와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좀 더 오래되고 이상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질적이진 않았으나 묘한 것이 그것에 있었다. 가볍게 편지를 펼쳐들자, 약간 군데군데 더러운 편지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필체로 단 한마디만이 적혀있다.

 

 근 시일내에.’

 

 “……. 카즈윈의 편지인가?”

 애석하게도 아니예요. 카즈윈은 일부러 필체를 바꿔 쓸만한 인물도 아니고이렇게 편지라 할할 것 없는 쪽지까지 짧게 날릴 바에야 아예 날리지도 않을 사람이니까.”

 . 알터. 너도 짐작가는 건 없나?”

 . 저도 이것저것 생각해봤지만역시 짚이는 구석도 없어서요. 혹시 톨비쉬님이라면 알고계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볍게 턱을 매만진 톨비쉬가 좀 더 편지를 살폈다. 다시 한 번 앞면을 자세히 보기도 하고 뒤집어 뒷면까지 보고. 접힌 흔적이나 필체마저 유심히 보던 그의 손이 멈칫했다. 잠깐 다시 한 번 편지를 유심히 살펴보다 못해 종이의 냄새까지 맡아보던 톨비쉬가 곧 고개를 들어 급하게 편지를 손에 쥔 채로 나갈 채비를 했다.

 

 톨비쉬님?”

 무슨 일이죠?”

 근 시일내라고 적혀있지 않았나. 마중다녀오겠네.”

 

 두 아르후안 조에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톨비쉬는, 무어라 더 덧붙이지도 않고 그대로 뒤돌아 광장을 가로질렀다. 그 여유로운 기사가 뜀박질까지 해가고, 아벨린이 뒤에서 무어라 하던지 싹 무시하는 모습에 일순 시선이 모이긴 했으나, 톨비쉬는 이 일이 더 급했다.

 

 

 

*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말의 발굽소리에 바위 위에 앉아있던 톨비쉬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도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눈부시게 새하얀 불꽃을 흩날리고, 짜임새있는 근육이 절로 감탄이 나오는 선명한 푸른빛의 청마가 스카하 수원지를 가로질러 아발론 게이트의 절벽 입구로 질주했다. 길게 이어지는 말울음소리에 잠깐 멈칫한 톨비쉬의 얼굴에 살짝 금이 간다. 생각보다 빠른데. 저러다 치이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올린 입꼬리를 내리지 않고, 무모한 짓까지 생각하며 살짝 몸을 낮춘 톨비쉬의 생각이 무색하리만치 엄청난 속도로 중간의 수정 골렘들을 따돌리고 뛰어온 청마는, 바로 그의 앞에서 멈춰섰다.

 

 푸르르릉. 기분좋은 투레질과 함께 제자리에서 몇 번 발을 구르던 청마가 톨비쉬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자연스럽게, 청마의 등 위에 타 있던 밀레시안과 톨비쉬의 눈이 마주쳤다.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차린 밀레시안이 가볍게 청마의 등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로 청마가 멈추나 했더니, 톨비쉬를 알아봤나 보네요.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하하. 오랜만입니다, 밀레시안씨. 편지를 받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참입니다만.”

 “…잠깐만요, 톨비쉬. 그 편지라 하면….”

 알터에게 보낸 이것. 맞습니까?”

 

 제법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톨비쉬가 갈무리 했던 편지를 꺼내들었다. 제법 각잡아 접힌 그것은 보낼 때 그대로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밀레시안이 알아보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의미심장한 의문과 약간의 놀람과 혼란스러운 얼굴이 그대로 다 보여지는 건 역시 그가 잘 알고있던 밀레시안 그대로라, 톨비쉬는 웃음을 더 참지 못했다.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리저리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밀레시안의 얼굴을 보며 톨비쉬는 넉살스럽게 웃었다. 의아하다는 눈빛 아래엔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그 어느 때건 그만의 별빛이 녹아있음에 만족스러워하며, 톨비쉬는 자신보다 훨씬 작은 그의 볼을 매만지며 허리를 숙였다.

 

 그 수많은 편지들 가운데에서도 밀레시안씨의 편지만큼은 알 수 있습니다.”

 

 왜냐면 당신의 편지에는, 별빛의 자취가 묻어있으니까요.

 

 이어진 짧은 접촉에 잔뜩 당황한 밀레시안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는 건, 톨비쉬만의 특권이었다.

 

 

 

p.s : 여담

 

 좀 더 분발해야겠네요. 분명 알터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못 알아봤습니다. 덕분에 제가 나온 거기도 하니까요. 물론 알아차린다고 해도 아벨린이 순순히 알터를 보내줄 것 같지는 않지만.”

 하지만 이런저런 거에선 역시 알터가 제일..”

 제일 아닙니다.”

 ?”

 알터보다도 제가 제일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에 대한 것에서만큼은 제일을 빼앗기고 싶지 않거든요.”

 잠ㄲ

 이를 테면 침대 위의…”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야!!!!!!!”

'Dream > Mabinogi'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르밀레] 로브  (0) 2015.10.26
[타르밀레] 손가락 걸기  (0) 2015.10.25
[톨비밀레] 썰  (0) 2015.10.23
[톨비밀레] 밀레시안 둘  (0) 2015.10.19
[톨비밀레] 썰  (0) 2015.10.18

관련글 더보기